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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 음식 바비굴링 (기원과 조리법, 삼발소스, 유명 맛집들)

by 토리 러브 2026. 2. 26.

바비굴링 이미지

솔직히 저는 발리에 처음 왔을 때 바비굴링(Babi Guling)이라는 음식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저 해변과 서핑만 생각하다가 현지인 친구가 데려간 허름한 와룽(Warung)에서 첫 맛을 본 순간, 이게 발리에서 1년 넘게 살면서 제 입맛을 사로잡을 음식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바비굴링은 어린 돼지를 향신료와 채소로 채워 통째로 구워내는 발리 전통 요리로, 발리 사람들에게는 자부심 그 자체인 음식입니다. 인도네시아 다른 지역에서 발리로 온 사람들도 무조건 한 번은 먹고 가는 필수 코스죠.

바비굴링의 기원과 조리법

바비굴링은 발리어로 'be guling' 또는 'guling celeng'이라고 부르는데, 여기서 굴링(guling)이란 '구르다' 또는 '회전하다'라는 뜻입니다. 이는 돼지를 꼬챙이에 꿰어 계속 돌려가며 굽는 조리 방식에서 유래한 이름이죠. 원래 이 요리는 발리의 힌두교 의식이나 전통 행사에서 신에게 바치는 제물로 만들어졌습니다(출처: Bali Tourism Board).

조리 과정을 보면 정말 손이 많이 갑니다. 어린 돼지의 배를 가르고 카사바 잎, 강황(Turmeric), 레몬그라스, 샬롯 등 각종 향신료를 채워 넣습니다. 여기서 강황이란 노란색을 띠는 생강과의 식물로, 발리 요리에서 특유의 황금빛과 은은한 쓴맛을 더하는 핵심 향신료입니다. 이렇게 속을 채운 돼지를 대나무 꼬챙이에 꿰어 숯불 위에서 몇 시간 동안 천천히 돌려가며 굽는데, 껍질이 갈색으로 변하고 바삭해질 때까지 구워야 제대로 된 바비굴링이 완성됩니다. 이 과정에서 기름이 서서히 빠지며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식감이 살아나고, 향신료의 풍미가 고기 깊숙이 스며들어 특유의 진한 맛을 만들어냅니다.

제가 직접 관찰한 바로는 숙련된 요리사들은 불의 세기와 회전 속도를 조절하는 감각이 정말 대단했습니다. 너무 빨리 구우면 껍질만 타고 속은 익지 않고, 너무 느리면 육즙이 다 빠져나가 퍽퍽해지거든요. 이 균형을 맞추는 게 바비굴링 맛을 결정하는 첫 번째 관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삼발소스가 결정하는 맛의 차이

제 경험상 바비굴링의 진짜 맛은 삼발(Sambal) 소스에서 갈립니다. 삼발이란 고추, 샬롯, 새우 페이스트 등을 갈아 만든 인도네시아 전통 칠리 소스로, 매콤하고 감칠맛이 강한 것이 특징입니다. 와룽마다 삼발 레시피가 조금씩 다른데, 이 차이가 같은 바비굴링이라도 완전히 다른 음식처럼 느껴지게 만들죠. 어떤 곳은 레몬그라스를 더해 향을 강조하고, 어떤 곳은 새우 페이스트의 비율을 높여 깊고 진한 감칠맛을 살립니다. 매운맛의 강도 또한 제각각이라 한 숟갈만으로도 땀이 맺히는 곳이 있는가 하면, 비교적 부드럽게 매콤함을 즐길 수 있는 곳도 있습니다.

저는 발리에 살면서 배달 앱을 통해 세 곳의 다른 레스토랑에서 바비굴링을 주문해본 적이 있습니다. 웃긴 건 세 곳 모두에서 머리카락이 나왔다는 겁니다. 위생 상태가 그리 좋지 않은 곳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맛있는 집의 삼발 소스는 정말 중독성이 있어서, 저는 자주 가는 와룽에서 삼발 소스만 따로 주문해 집 냉장고에 보관하고 몇 주 동안 먹은 적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15,000-30,000 루피아(약 1,300-2,600원) 정도면 배불리 먹을 수 있는데, 이 가격대에서 이 정도 맛을 내는 음식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출처: Indonesia Ministry of Tourism). 특히 삼발 소스의 매운맛은 단순히 '맵다'가 아니라 감칠맛, 매콤함, 고소함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맛입니다. 처음에는 자극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한두 번 먹다 보면 이 향신료 특유의 풍미에 완전히 빠져들게 됩니다.

유명 맛집들

바비굴링의 꽃은 역시 돼지껍질 튀김입니다. 발리어로 'kulit babi goreng'이라고 하는 이 부분은 제대로 구운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가 극명합니다. 어떤 와룽은 껍질이 바삭하고 씹으면 고소한 기름이 입안에 퍼지는데, 다른 곳은 눅눅하고 질겨서 씹기도 힘듭니다.

발리에서 바비굴링으로 유명한 곳들은 주로 'Men'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합니다. Men은 발리에서 여성 요리사나 와룽 주인에게 붙이는 존칭인데, 바비굴링 맛집 대부분이 여성들이 운영한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대표적인 곳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Warung Babi Guling Men Tempeh (기안야르): 발리에서 가장 유명한 곳으로 현지인과 관광객 모두에게 인정받는 맛집
  • Warung Babi Guling Men Agus (우붓): 전통 발리 반찬들과 함께 나오는 구성이 훌륭함
  • Warung Babi Guling Men Weti (사누르): 아침 일찍 문을 여는데 항상 줄이 길게 늘어서 있음
  • Warung Babi Guling Men Lari (스미냑): 전통 맛에 현대적 감각을 더한 스타일

기안야르(Gianyar) 지역이 바비굴링의 원조로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이 지역 와룽들의 맛이 다른 곳과 확실히 다릅니다. 저는 우붓에 살면서 가끔 기안야르까지 30분을 달려가 바비굴링을 먹고 오곤 했는데, 그만큼 가치가 있는 맛이었습니다.

각 와룽마다 함께 제공되는 라와르(Lawar)라는 채소 요리도 다릅니다. 라와르란 잘게 썬 채소에 코코넛, 향신료, 때로는 동물의 피를 섞어 만든 발리 전통 반찬으로, 바비굴링의 기름진 맛을 중화시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처음 보면 비주얼이 좀 충격적일 수 있지만, 먹어보면 상큼하고 고소한 맛이 돼지고기와 정말 잘 어울립니다.

발리에 1년 넘게 살면서 바비굴링은 제가 가장 자주 찾는 현지 음식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위생 문제로 몇 번 당황한 적도 있지만, 그 특유의 향신료 향과 매콤한 삼발 소스, 바삭한 돼지껍질의 조합은 끊을 수가 없더군요. 만약 발리를 여행한다면 깨끗하고 고급스러운 레스토랑보다는 현지인들로 붐비는 허름한 와룽을 찾아가보시길 권합니다. 그곳에서 먹는 바비굴링이야말로 진짜 발리의 맛이니까요. 처음에는 자극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두세 번 먹다 보면 왜 현지인들이 이 음식에 자부심을 갖는지 이해하게 될 겁니다.


참고: https://bali.com/bali-travel-guide/food-dishes-venues/recipes-bali-food/meat-dishes/babi-guling-guling-celeng-suckling-p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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