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리에서 약속 시간 30분 전에 출발했는데도 늦은 적 있으신가요? 저는 발리에 살면서 이런 경험을 수도 없이 했습니다. 특히 오후 5시~7시 퇴근 시간대에는 평소 15분 거리가 1시간 가까이 걸리는 경우도 부지기수입니다. 발리의 교통 인프라는 폭발적으로 증가한 관광객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고, 좁은 도로에 오토바이와 자동차가 뒤섞이면서 매일 정체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발리 교통체증 원인
발리의 주요 관광지인 창구(Canggu), 우붓(Ubud), 울루와투(Uluwatu), 스미냑(Seminyak)은 러시아워(rush hour) 때마다 극심한 교통 정체를 겪습니다. 여기서 러시아워란 출퇴근 시간대에 교통량이 집중되어 도로가 마비되는 시간대를 의미합니다. 발리에서는 오전 7시-9시, 오후 5시-7시가 이에 해당합니다.
문제의 근본 원인은 도로 설계 자체에 있습니다. 발리의 도로는 애초에 관광 붐(tourism boom)을 염두에 두고 설계되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도로가 좁고 구불구불한 형태로, 원래는 소규모 마을 주민들이 이동하는 정도의 교통량만 감당하도록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오토바이, 승용차, 배달 트럭이 한꺼번에 몰리니 작은 도로들이 순식간에 포화 상태에 이르는 것입니다(출처: Bali Provincial Government Transport Report).
재미있는 사실은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들이 발리 교통을 비판하기 훨씬 전부터 쿠타(Kuta), 창구, 우붓은 이미 교통 체증으로 유명했다는 점입니다. 예전에는 쿠타의 스카이가든(Sky Garden) 같은 나이트클럽 주변이 교통 정체의 대명사였는데, 지금은 오히려 쿠타보다 창구나 스미냑이 더 막힙니다. 팬데믹 이후 관광객이 몰리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인스타그램에 쏟아진 것일 뿐, 교통 문제 자체는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고질병입니다.
오토바이, 발리에서 살아남는 법
발리에서 현지인과 장기 거주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은 단연 오토바이입니다. 제가 다니는 현지 교회 성도 약 70명 중에서 자동차로 다니는 분은 3명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오토바이를 이용합니다. 솔직히 저도 오토바이를 탈 때마다 무섭고 걱정되는 마음이 들지만, 빠른 속도와 저렴한 비용을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오토바이를 먼저 찾게 됩니다.
발리에서는 헬멧 착용이 법적으로 의무화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헬멧 없이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이는 명백한 불법 행위입니다. 경찰 단속에 걸리면 즉시 벌금이 부과되고, 무엇보다 안전상 매우 위험합니다. 저 역시 주변에서 오토바이 사고 소식을 가끔 들을 때마다 헬멧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낍니다.
관광객들도 발리에서 오토바이를 많이 렌트해서 이용하는데, 합법적으로 오토바이를 타려면 반드시 오토바이 면허가 포함된 국제운전면허증(IDP, International Driving Permit)이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IDP란 자국의 운전면허를 해외에서도 유효하게 만들어주는 국제 표준 문서를 의미합니다. 일부 렌탈샵에서는 국제운전면허증 확인 없이 오토바이를 빌려주기도 하지만, 이는 엄연한 불법입니다. 무면허 상태에서 사고가 나면 보험 처리도 불가능하고 법적 책임까지 져야 하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출처: Indonesian National Police Traffic Regulation).
발리 정부도 교통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도로를 건설하고, 인도를 개선하며, 기존 도로를 확장하는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인프라 개선 작업이 실질적인 효과를 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랩 이용 시 꼭 알아야 할 팁
저는 오토바이 운전을 할 줄 몰라서 항상 그랩(Grab)으로 오토바이를 불러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랩은 동남아시아에서 널리 사용되는 차량 호출 플랫폼(ride-hailing platform)입니다. 여기서 플랫폼이란 승객과 기사를 연결해주는 디지털 중개 서비스를 의미합니다.
발리에서 그랩을 이용할 때 가장 조심해야 할 시간대는 바로 비 오는 날입니다. 우기(rainy season)에는 갑작스러운 소나기가 자주 내리는데, 이때 그랩 오토바이와 택시 모두 잡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제 경험상 비가 조금이라도 내리기 시작하면 그랩 앱에서 기사를 찾는 시간이 평소보다 3배 이상 길어집니다. 약속 장소에 늦지 않으려면 비 오는 날에는 최소 40분~1시간 전에 미리 그랩을 잡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랩 오토바이를 타는 중에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당황스러운 상황이지만, 다행히 많은 그랩 기사분들이 오토바이에 여분의 우비를 가지고 다닙니다. 이럴 때는 기사분께 정중하게 우비를 빌려도 되는지 물어보세요. 대부분 흔쾌히 빌려주시고,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비를 피할 수 있습니다. 저도 실제로 몇 번 이런 경험을 했는데, 그랩 기사분들의 친절함에 감사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발리의 교통 문제를 완전히 피할 수는 없지만, 현명하게 대처하면 충분히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주요 관광지가 아닌 조용한 지역으로 숙소를 옮기거나, 이른 아침 시간대를 활용하거나, 러시아워를 피해 이동 계획을 세우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발리의 진짜 매력은 바쁜 관광지가 아니라 여유로운 현지 문화 속에 있으니까요. 교통 체증 때문에 발리 여행을 망설이고 계신다면, 이 글의 팁들을 참고해서 더 똑똑하게 발리를 즐기시길 바랍니다.